Story

합산 20억 달러 규모의 Exit을 경험한 실리콘밸리 28년차가 말하는 딥테크 생존법

2026.08.18

한국 딥테크 스타트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그 답을 얻기 위해 실리콘밸리에서 30년 가까이 엔지니어로, 창업가로, 투자자로 활동하는 Mustafiz Choudhury를 만났습니다.

 

인텔에서 엔지니어로 시작한 Mustafiz는 세 번의 창업으로 합산 20억 달러 규모의 exit을 경험한 뒤 MIPS의 CTO·CSO를 거쳐, 현재는 ACVC Ventures의 GP로 활동 중입니다. 엔지니어와 창업가, 투자자로서 실리콘밸리를 경험한 그가 말하는 미국 시장 성공 공식과 한국 스타트업이 흔히 빠지는 함정을 들어보았습니다.
 


펜티엄이 코카콜라만큼 유명했던 시절, 인텔 떠나 창업 시작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기·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30여 년 전 인텔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인텔에서 12년 동안 4세대에 걸친 플래그십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아키텍처 설계와 개발을 총괄하며 PC 혁명과 컴퓨팅의 대중화 과정을 함께 경험했습니다. '펜티엄(Pentium)'이라는 단어가 코카콜라만큼 유명해졌던, 정말 신나는 시절이었습니다.

 

이후 인텔에서의 그 좋고 잘나가던 자리를 떠나 창업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저는 완전히 다른 네 개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스타트업을 이끌었습니다. VoIP 시스템과 휴대전화 카메라용 이미지 신호 프로세서, SSD,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MIPS에서 RISC-V 프로세서를 다뤘어요. 네 기업은 모두 유명 대기업에 인수됐습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습니다. SK하이닉스의 실리콘밸리 조직을 이끌었고, SKT와 SKTA에서 CVC로 일하며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했습니다. 현재는 ACVC Ventures의 GP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술은 기본, 성공하는 딥테크 스타트업에 있는 ‘이것’들

Q2.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는 딥테크 스타트업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딥테크 기업의 중심에는 반드시 탄탄한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공학과 물리학, 수학, 과학과 같은 기술적 기반이 핵심입니다. 제가 엔지니어 출신이라 조금 편향된 시각일 수도 있지만, 투자할 때도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기술입니다. 다른 요소들은 이후에 보완할 수 있지만, 핵심 기술은 처음부터 분명해야 합니다. 그 외에 야망과 자기주도성,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 그리고 팀워크도 중요합니다

 

투자 유치를 잘하는 창업가들은 복잡한 기술을 단순하게 설명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기술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도 쉽게 설명해 상대방이 “더 알고 싶다”고 느끼게 해야 합니다. 동시에 해당 기술을 잘 아는 전문가를 만났을 때는 깊이 있는 기술 논의까지 이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다른 기술과 시장의 연결점을 발견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누군가 인접한 기술을 이야기했을 때, 그것이 우리 사업과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직접 개발하려는 태도는 경계해야 합니다. 이미 외부에 좋은 기술이나 솔루션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내부에서 만드는 것보다 고객에게 필요한 결과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20개의 회사 중 19개가 실패해도 실리콘밸리는 성공한 이유

Q3. 해외 스타트업이 미국 진출 시 필요한 역량은?


한국처럼 미국 밖에서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려는 팀은 ‘잘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투자자가 무엇을 말하는지,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귀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더라도 창업가가 직접 영어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인과 같은 억양으로 유창하게 말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조금 천천히 이야기하더라도 자신의 기술과 사업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투자자와 고객에게 주어진 시간은 매우 짧습니다. 특히 평판이 좋은 VC에게는 수많은 창업팀이 접근합니다. 첫 만남에서 창업팀의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 투자자는 바로 다음 기업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직원이나 외부 컨설턴트가 발표를 대신하도록 하는 기업도 있지만,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도움을 받아 배우는 것은 괜찮지만 투자자와 고객은 중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창업가와 CEO, CTO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미국 기업과 실리콘밸리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현지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보고,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알아야 합니다. 초기 스타트업에 주어지는 기회는 한 번, 많아야 두 번일 수 있습니다. 첫 접근부터 현지의 방식에 맞게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Q4. 해외 스타트업이 미국 진출 과정에서 흔히 빠지는 함정은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문제 중 하나는 창업가들이 자국에서 배운 사업 방식과 투자 방식을 미국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처럼 가까운 국가 사이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때로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보다 기존에 알고 있던 방식을 먼저 ‘언런(Unlearn)’, 즉 잊어버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텀시트와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 이사회에서 소통하는 방식,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식도 모두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공식적인 절차뿐 아니라 비공식적인 대화를 통해 많은 일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시아에서는 대기업이나 높은 직급의 상대방에게 다른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기술이나 사업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무례하게 행동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핵심은 현지의 방식을 빠르게 관찰하고 배우는 것입니다.

실패를 지나치게 두려워해서도 안 됩니다. 실리콘밸리가 왜 이렇게 혁신적이고 세계적으로 성공했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이렇게 답할 겁니다. 실수하거나 실패해도 처벌받지 않는 문화 때문이라고요. 20개 회사 중 19개는 실패합니다. 그렇다고 시도하고 혁신하는 걸 멈춰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AI, 로보틱스, 우주…지금 우리가 겪는 유례없는 파괴적 혁신

Q5. 현재 미국 딥테크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흐름은 무엇인가요?


현재 가장 큰 흐름은 AI입니다. 앞으로 AI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생활 전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입니다. AI에는 하드웨어, 데이터센터 등 여러 기술이 얽혀 있습니다. 응용 분야의 기회는 정말 무한합니다. GPU, AI 가속기, 전력 분배, 네트워킹,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 쪽의 혁신도 계속될 거예요. 제가 정말 흥미를 느끼는 건 AI의 의료·제약 분야 응용입니다. 응용과 시너지가 나는 분야인데, 여기서 인류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이 나올 거라고 봐요.

 

로보틱스는 중국이 앞서가는 분야입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큰 진전이 있었지만, 다른 영역들에는 아직 엄청난 기회가 있어요. 휴머노이드 같은 것들도 다 함께 발전하고 있고요. 우주 산업도 크죠.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으니까요. 또 눈여겨봐야 할 분야는 양자 컴퓨팅과 초전도체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돌파구는 100배, 1,000배 뛰어난 성능일 거고, 갑자기 다른 모든 것들이 구식이 될 겁니다. 지금 우리는 일반적인 표준 혁신 사이클을 겪고 있는 게 아니에요. 완전히 파괴적입니다. 모델을 하나 만들면, 한 달 안에 다시 만들어야 해요. 누군가 더 나은 걸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이건 유례없는 시대입니다.

 

 


경험있는 사람과의 연결이 큰 차이를 만듭니다

Q6. 초기 단계 딥테크 하드테크 기업을 위한 디캠프 US forged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하시게 되었는데요.

참여 계기는 무엇이고 한국 스타트업에 어떤 도움을 주고 싶으신가요?

 

디캠프는 한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조력자 중 하나잖아요. 저와 저희 파트너들의 참여 동기 중 하나는 조금 이기적인 것인데요. (웃음) 디캠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저희의 존재감을 확장하고 싶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는 유망한 한국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그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미국만이 아니라 컨슈머 분야 등 전 세계 시장 전체에서요.

 

규모가 작든 크든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돈'과 '시간'입니다. 돈은 항상 부족하죠.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서도 누군가 여러분을 이기려고 똑같이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그래서 시간을 정말 잘 활용해야 합니다. 때로는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기도 하는데, 그때 경험 있는 사람들이 도움이 됩니다. 12개월짜리 프로젝트에서 3개월을 줄여주는 게 그런 사람들이에요. "그건 됐어, 돈 좀 더 쓰자. 시간이 너무 아까워"라고 조언해줄 수 있는 거죠.

 

저희의 실리콘밸리와 북미 경험, 그리고 생태계 네트워크를 활용할 겁니다. 사실 어느 인큐베이터나 액셀러레이터도 파악하지 못하는 현장의 것들이 정말 많아요. 때로는 적절한 사람과의 1:1 연결이 기업의 방향을 크게 바꾸기도 합니다. 제가 가진 경험과 네트워크, 조언이 디캠프 스타트업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매우 뜻깊을 것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선택하고, 그 문제에 집중하세요

Q7. 미국 진출을 고민하는 한국 딥테크 창업가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창업가가 되었다는 것 자체에 축하를 전하고 싶습니다. 회사를 세우는 것은 큰 결단이고, 딥테크 기업을 창업하는 것은 더욱 큰 책임과 헌신을 선택한 일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흔하지 않은 길을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제 첫 번째 조언은 어려운 문제를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의 기술과 제품이 해결하려는 페인 포인트가 고객에게 실제로 크고 중요한 문제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찾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집중입니다. 많은 창업가가 너무 많은 기술과 사업 기회에 동시에 흥분합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적응하고 방향을 바꿀 준비는 필요하지만, 회사가 해결하기로 한 핵심 문제에는 집중해야 합니다. 모든 데이터와 가능성을 쫓다 보면 정작 하나의 제품도 완성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일하는 과정에서도 팀과 함께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여정의 의미와 즐거움을 나눌 수 있어야 다시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성공을 기원하며, 저희도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돕겠습니다.

 



Mustafiz Choudhury는 초기 하드테크 기업을 위한 디캠프의 미국 프로그램 US forged에 멘토로 참여합니다.
디캠프는 글로벌 벤처캐피털 SOSV 산하의 하드테크 전문 엑셀러레이터 HAX와 함께 디캠프 x HAX Hardtech Pre-Program ‘US forged’를 진행합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Pre-Seed ~ Seed 딥테크·하드테크 스타트업이라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보세요

US forged 프로그램 자세히 보기 (~9/6 마감): https://bit.ly/4g3QdG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