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CEO와 구글 출신 인사 전문가가 말하는 AI 시대의 일하는 법
2026.10.21
"조직에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AI를 도입하면 회사의 성장도 빨라질까요?"
AI 시대 일하는 법에 대한 스타트업의 고민입니다. 지난 12일, 디캠프는 구글·카카오 출신 인사 전문가이자 디캠프 그로스코칭에 참여 중인 가천대학교 황성현 교수, 디캠프의 패밀리사이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대표와 함께 이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두 연사는 AI 시대에 스타트업이 마주한 변화와 기회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짚었습니다. 황성현 교수는 변화의 시기에 스타트업이 가진 조직적 유연성을 강조하며, AI를 활용해 조직 운영과 피드백 방식을 바꿀 것을 제안했습니다. 김동호 대표는 AI로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고 기업 성장까지 빨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기술 도입보다 일하는 방식의 실질적인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디캠프와 커리어데이가 공동으로 마련한 조찬 모임 '스타트업 모닝클럽'의 첫 번째 자리였습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모인 스타트업 구성원들은 강연과 질의응답을 통해 AI 시대의 조직 운영과 성장 전략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AI 시대가 스타트업에게 기회인 이유
황성현 교수는 "판이 바뀔 때 순위가 바뀐다"고 강조했습니다. AI로 인해 기하급수적 변화가 나타나면서 후발 기업에는 판을 역전시킬 기회가 열립니다.
황성현 교수는 이러한 변화에 스타트업이 대기업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I 도구를 도입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일하는 방식에 대한 구성원의 태도를 바꾸는 일입니다. 규모가 크고 구성원이 다양한 대기업은 변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스타트업은 조직이 가볍고 유연해 대표가 먼저 실천하면 구성원도 빠르게 따라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황성현 교수는 조직을 단순한 조직도가 아닌,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축구와 야구의 조직 구조가 다르듯, 기업도 전략에 따라 조직을 다르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조직 안에서 정보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어떤 기준으로 보상이 이루어지는지가 구성원의 행동을 결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AI는 이러한 정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도구입니다. 기존에는 여러 관리 단계를 거쳐야 했던 정보를 빠르게 취합하고 분석해, 조직이 목표에 맞게 움직이고 있는지 더 일찍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 구글의 '데일리 스니핏(Daily Snippet)'을 소개했습니다. 과거 구성원이 직접 일일 업무 기록을 작성하던 방식에서 나아가, 현재는 다양한 업무 시스템의 데이터를 연결해 일간·주간·월간 성과를 자동으로 정리하고 분석한다는 설명입니다. 이를 통해 리더는 조직이 목표에 맞게 움직이고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피드백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황성현 교수는 캘린더와 옵시디언에 축적한 개인 기록을 AI로 분석해 일상과 업무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는 스타트업도 비교적 간단한 도구를 활용해 이러한 피드백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I가 빨라졌다고 기업 성장까지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동호 대표는 AI가 기술 구현의 속도를 높였다고 해서 기업 성장의 모든 과정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신약 개발에서 시뮬레이션이 빨라져도 임상시험에 필요한 시간이 사라지지는 않듯, 기업 성장에도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병목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신용데이터 역시 설립 이후 약 5년에 걸쳐 매출 3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객이 일상적으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뢰를 쌓으며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김 대표는 최근 AI 기업들의 빠른 성장 사례가 모든 스타트업이 따라야 할 기준처럼 여겨지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빅데이터보다 중요한 건 굿데이터
그렇다면 AI 시대의 진짜 차별화는 어디서 올까요? 김동호 대표는 "빅데이터보다 중요한 게 굿데이터"라고 강조합니다.
누구나 LLM을 쓸 수 있는 시대에, 차별화는 우리만 독자적으로 가질 수 있는 데이터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그 데이터를 얻으려면 고객의 동의가 필요하고, 동의를 받으려면 그 전에 신뢰가 먼저 쌓여야 합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서비스 출시 이후 5~6년에 걸쳐 고객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유틸리티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대부분의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고객의 신뢰를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연결하고 수익화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캐시노트는 범용 LLM이 "한국 평균 식재료비는 30%"라고 답할 때, "마포구 평균은 29%인데 사장님 가게는 34%"라는 구체적인 제안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제안이 가능한 건 매출 원장, 홈택스 세금계산서, 포스 운영 데이터, 배달 리뷰까지 특정 가게를 중심으로 연결해 쌓은 데이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는 모을 때부터 어떻게 쓸지 계획된 채로 모아야 합니다. 김동호 대표는 활용 목적 없이 데이터를 쌓는 방식이 성공적인 데이터 활용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많이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AI 시대에도 바뀌지 않아야 할 다섯 가지 원칙
김동호 대표는 AI로 많은 것이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연해 보이는 원칙일수록 실제 의사결정과 조직 운영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① 장기적인 제품 원칙 한국신용데이터는 제품 개발의 우선순위를 '보편성'과 '사용 빈도'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판단했습니다. 당장 수익이 기대되는 기회라도 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② 직렬 개발 AI로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여러 기능을 동시에 만드는 것도 쉬워졌습니다. 하지만 시제품을 만드는 것과 실제 고객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완성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김동호 대표는 여러 기능을 병렬로 개발하기보다, 하나의 서비스를 충분히 검증하고 완성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습니다.
③ 성과 중심 평가 오래 일하는 것은 투입(Input)이고, 코드나 기획서를 만드는 것은 산출물(Output)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결과 고객의 경험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즉 성과(Outcome)입니다. 김동호 대표는 투입이나 산출물의 양보다 실제로 만들어낸 변화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④ 장기 목표 역산과 자원 배분 장기 목표와 달성 시점을 정했다면 이를 역산해 연간 계획을 세우고, 우선순위에 따라 인력과 예산을 배분해야 합니다.
⑤ 적정 수준의 관리 레이어 조직이 성장하면 대표 혼자 모든 구성원을 관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적정한 관리 체계가 필요합니다. 김동호 대표는 단순히 관리 단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방향성과 우선순위를 전달하고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을 구분할 수 있는 매니저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중요한 건 AX가 아닌 JX
김동호 대표는 한국신용데이터에서 'KCD AI 캠퍼스'를 운영하며 매달 AI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한 사례를 등록하도록 하고 이를 평가에 반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4월 본사에서 시작해 7월에는 계열사로 확장했고, 현재 한 달에 수백 개의 사례가 쌓이고 있습니다. 본사가 먼저 쌓아둔 1,000개 이상의 사례를 계열사가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어 확산 속도도 빨랐습니다.
그는 이를 'JX(Job Transformation)'라고 표현했습니다. AI 도구를 얼마나 사용하는지가 아니라, AI를 통해 실제 업무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 업무 개선 사례의 공유와 확산을 장려하고, 실천 여부를 평가에도 반영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변화가 조직에 정착하려면 리더부터 직접 실천하고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연사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경험에서 출발했지만, 한 가지 메시지로 이어졌습니다. AI가 기술의 한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지만,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전략에 맞게 조직을 설계하고, 고객의 신뢰를 쌓고, 중요한 일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 AI 시대에도 이러한 원칙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새로운 도구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 그 변화는 리더의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디캠프는 이번 모닝클럽을 시작으로 스타트업의 고민을 다루는 세션을 매달 초 이어갈 계획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다양한 인사이트를 나누고 서로 교류하는 모닝클럽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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