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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에너지 기반 스타트업 최초 상장, 그 여정을 지나온 창업자의 조언

2026.06.04

 

 


2013년, 전력과 IT의 접점에서 출발한 에너지 테크 기업 그리드위즈. 창업 11년 만인 2024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에너지 기반 스타트업 최초 코스닥 상장이라는 이정표를 만들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리드위즈를 창업하고 현재 사장직을 맡고 있는 류준우 멘토를 만났습니다. 규제 산업 분야에서 스타트업으로 버티며 사업화의 병목을 넘어온 창업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전력과 IT의 접점에서 시작한 도전, 에너지 기업 최초 코스닥 상장까지"

 

Q1. 창업가이자 멘토 류준우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리드위즈를 창업하고 현재 사장직을 맡고 있는 류준우입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창업 전에는 산업용 통신 반도체와 제어 단말을 개발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 일을 함께하던 동료 두 명과 2013년 그리드위즈를 창업했고, 2024년 창업 11년 만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지금은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후배 창업자들과 나누는 일에도 시간을 쓰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디캠프 배치 멘토로 참여하는 것이 가장 많이 배우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Q2. 그리드위즈는 어떤 회사인가요?
그리드위즈는 한마디로 '에너지 테크' 기업입니다. 이제는 전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깨끗하게 쓰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그리드위즈는 깨끗한 에너지를 누구나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기술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핵심 사업은 전력 수요관리(DR)입니다. 전력이 부족할 때 고객사가 사용을 줄이면, 그 줄인 전기를 전력시장에 되파는 구조입니다. 지금 이 사무실에서만 원전 3개 규모의 전력이 제어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출발해 전기차 충전, 에너지저장장치(ESS), 태양광 같은 분산에너지 영역으로 사업을 넓혀왔습니다. '누구나 깨끗한 에너지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게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방향입니다.

 



"기술과 시장, 기술과 고객 사이 그리드위즈의 선택"

 

Q3. 기술보다 시장이 느렸던 시기, 어떻게 버티셨나요?
에너지 산업은 규제 산업이고 자본집약적 사업입니다. 큰돈이 들어가고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공기업과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초기에 투자자들을 만나면 대부분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기술은 알겠는데, 시장에서 기회가 있느냐?"


가장 막막했던 건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기술은 준비됐는데, 그걸 살 시장과 제도가 아직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때 저희는 규제나 시장 환경을 탓하기보다, 규제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왔습니다. 시장이 바뀔 때까지 꾸준히 기술을 개발하고, 그 변화와 만나는 순간을 준비했습니다. 기술과 시장의 시차를 버티면서 회사를 살아있게 만드는 것, 그리고 구조를 조금씩 바꿔가는 것이 저희가 계속 해온 질문이었습니다.

 

그리드위즈 류준우 사장, ‘클리마살롱’ 키노트 연사 참여


 

Q4. 딥테크 스타트업이 사업화 단계에서 가장 많이 막히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병목은 거의 항상 기술이 아니라 고객에 있습니다. 딥테크 창업자들은 대개 기술을 정말 사랑합니다. 그래서 "이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가"는 잘 설명하는데, "이걸 누가, 왜, 얼마나 필요로 하는가"에서는 막히곤 합니다. 기술의 완성도와 사업의 성립은 다른 문제거든요. 창업팀이 생각하는 기술의 필요성과 실제 고객이 느끼는 필요성 사이의 이격거리를 좁히는 것, 그게 사업화의 핵심입니다. 


두 번째 병목은 조직의 성장입니다. AI 덕분에 조직이 슬림해질 수 있다고 하지만, 스타트업은 상황이 다릅니다.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조직도 함께 커야 하는데, 두 속도를 맞추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창업 여정에서 아쉬운 두 가지, 후배 기업에 주고 싶은 세 가지"
 

Q5. 창업 여정에서 가장 아쉬운 선택이 있었다면?
두 가지가 떠오릅니다.


첫 번째는 혼자서 너무 끙끙대지 말걸이라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 중에는, 먼저 그 길을 가본 사람에게 물어봤으면 몇 달, 몇 년을 줄였을 것들이 분명히 있었어요. 그리드위즈를 창업한 2013년에는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도 흔하지 않았습니다. 고민이 있을 때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적었습니다. 창업자는 중요한 선택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혼자 고민을 끌어안고 있으면 부담이 더 커집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누군가와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조직과 사람에 대한 투자입니다. 기술과 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하다 보니, 회사가 커질 때 함께 커갈 수 있는 조직의 틀을 좀 더 일찍 고민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후배 팀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도 결국 이 두 가지입니다.

 

Q6. 디캠프 배치 멘토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아쉬움이 그대로 이유가 됐습니다. 창업할 때 옆에 '먼저 가본 사람'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오래 했거든요. 특히 딥테크나 에너지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분야는 외로움과 막막함의 크기가 다릅니다. 그 길을 지나온 사람의 진심 어린 한마디가 가장 큰 힘이 되거든요. 거창한 사명감이라기보다는, 후배 기업들이 저보다 조금 덜 고생하고 더 크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제가 받은 도움을 이제는 돌려드릴 차례라고 생각했습니다.

 

 

Q7. 배치 8기에 참여하는 팀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싶으신가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창업팀에 대한 무한한 지지입니다. 창업 과정에서는 끊임없이 선택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때 누군가의 진심 어린 지지가 대표와 팀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저도 겪어봤기 때문에 잘 압니다.


둘째는 오프더레코드 경험담입니다. 배치 프로그램은 공식적인 회의 시간 외에도 식사나 여러 행사를 통해 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많습니다. 그런 시간을 통해 제가 그동안 경험해온 다양한 일들을 그때그때 맞게 오프더레코드 버전으로 이야기 드리려 합니다.


셋째는 네트워크 연결입니다. 기술은 있지만 초기 창업팀은 해당 분야의 네트워크를 갖기가 어렵습니다. 함께 일할 수 있는 파트너사나 고객사를 제가 가진 범위 안에서 연결해드리고 싶습니다.

 


 

“완벽한 준비는 없습니다. 일단 부딪혀 보세요”
 

Q8. 멘토님이 보는 디캠프 배치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멘토님이 스케일업 시기에 이런 프로그램을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한마디로 '데스밸리를 함께 건너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기술은 있는데 아직 사업이 자리를 못 잡은, 그 막막하고 답답한 구간이 딥테크에서 가장 위험합니다. 배치는 바로 그 시점에서 창업자에게 필요한 지지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막연히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1년이라는 기간 동안 목표를 세우고 함께 전력투구하는 시간이거든요. 


만약 제가 스케일업 시기에 이런 프로그램을 만났다면, 가장 크게 달랐을 건 '시간'이었을 겁니다. 혼자 몇 년에 걸쳐 깨달은 것들을 먼저 가본 멘토와 동료 대표들 덕분에 훨씬 빨리 알 수 있었을 테니까요. 특히 선발과 동시에 투자가 붙고, 1년간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는 점은 참 부러운 지원입니다.
 


Q9. 배치 8기 지원을 고민하는 대표님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창업은 참 외롭고 힘듭니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과 기회가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희도 창업할 때 '그건 하지 말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영역들만 골라 시작했고, 결국 그게 길이 됐습니다. 그 길을 꼭 혼자 걸을 필요는 없습니다. 배치 프로그램이 경쟁률이 높다 보니 '좀 더 준비하고 지원해야지' 하고 미루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준비된 순간은 오지 않습니다. 부딪혀보고 시도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스타트업의 DNA 아닐까요. 저도 지금도 하면서 채워가는 일이 많습니다. 지금의 막막함을 같이 들여다봐 줄 사람이 있는 곳으로, 일단 들어와서 부딪혀 보시길 권합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